‘로빈훗’은 중세 영국의 전설적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해석으로 재현되어 왔습니다. 민중의 편에서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운 정의로운 의적, 혹은 실제 역사적 인물에 기반한 실존 인물이라는 해석까지, 로빈훗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지닌 문화적 아이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표적인 로빈훗 영화들의 줄거리를 중심으로, 로빈훗 전설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영화적 총평을 통해 이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영향력을 되짚어봅니다.
로빈훗 줄거리 - 영웅의 탄생과 폭정과의 싸움
로빈훗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특히 많이 언급되는 대표작은 2010년 리들리 스콧 감독, 러셀 크로우 주연의 『Robin Hood (2010)』입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신화적 설정에서 벗어나, 로빈훗이 어떻게 ‘로빈 후드’가 되었는지 기원에 집중한 프리퀄 형식입니다.
영화는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온 아처 로빈 롱스트라이드가 왕의 신분을 사칭한 채 돌아와, 영국의 부패한 정치 상황과 싸우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는 악랄한 노팅엄 보안관과 귀족계층의 착취에 반발하며 농민과 병사들을 규합해 저항합니다. 전통적인 ‘부자에게서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눈다’는 설정보다는 권력과 전쟁의 부조리함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 메시지에 더 무게를 둔 점이 특징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로빈훗과 마리안의 관계, 영국 왕실 내부의 권력 갈등, 그리고 프랑스의 침략 등 중세 후반기의 국제 정세까지 다루며, 단순한 영웅담을 넘는 정치적 서사로 전개됩니다. 전투 장면과 웅장한 스케일이 인상적이며, 고전적인 활 액션 대신 역사적 리얼리즘에 집중한 점도 눈에 띕니다.
영화 "로빈 후드" (2010)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의적 '로빈 훗'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즉 그의 기원과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루는 프리퀄 성격의 작품입니다.
13세기 후반, 잉글랜드의 용맹한 **리처드 1세 (대니 휴스턴)**가 이끄는 십자군 원정의 막바지입니다. 오랜 전쟁으로 지쳐있던 병사들 중에는 뛰어난 활 솜씨를 가진 병사 **로빈 롱스트라이드 (러셀 크로우)**가 있습니다. 그는 정직하고 강직한 성품을 지녔지만, 왕의 무분별한 전투와 폭력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리처드 왕이 프랑스에서의 전투 중 전사하자, 로빈과 그의 동료들 (리틀 존, 윌 스칼렛, 앨런 어 데일 등)은 고향 잉글랜드로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도중, 그들은 매복 공격을 당한 잉글랜드 기사들을 발견하고, 죽어가는 기사 **로버트 록슬리 (더글러스 호지)**를 만나게 됩니다. 록슬리 경은 로빈에게 자신의 검을 아버지에게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며, 잉글랜드의 자유를 지켜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합니다.
로버트 록슬리 경의 시신과 함께 잉글랜드로 돌아온 로빈은 노팅엄 지역의 **윌터 록슬리 경 (막스 폰 시도우)**의 영지를 찾아갑니다. 윌터 경은 눈이 멀고 늙었지만 고귀한 정신을 지닌 인물이며, 그의 며느리는 당차고 독립적인 여인 **메이드 마리언 (케이트 블란쳳)**이었습니다. 윌터 경은 로빈의 강직한 모습을 보고 그에게 자신의 죽은 아들 로버트 행세를 하며 록슬리 영지를 돌봐달라고 부탁합니다. 로빈은 마리언과 함께 록슬리 영지의 황폐해진 농토를 되살리고 백성들의 신뢰를 얻으려 노력합니다.
한편, 리처드 왕의 동생인 **존 왕자 (오스카 아이삭)**가 새로운 왕위에 오르지만, 그는 잔인하고 탐욕스러운 폭군이었습니다. 존 왕은 무자비한 세금 징수로 백성들을 핍박하고,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프랑스 왕 필리프 2세와 은밀히 손잡은 야심가 **가드프리 경 (마크 스트롱)**에게 크게 의존합니다. 가드프리 경은 잉글랜드의 혼란을 부추기며 프랑스 침공의 명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로빈은 존 왕의 폭정과 가드프리의 음모에 맞서 싸우면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충격적인 비밀과 잉글랜드 왕실의 오랜 부패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더 이상 개인적인 복수심이 아닌, 나라와 백성의 자유를 위한 대의에 눈을 뜨게 됩니다. 결국, 프랑스 침공군이 잉글랜드 해안에 상륙하고, 로빈은 자신의 활 솜씨와 리더십으로 억압받던 백성들을 조직하여 프랑스 침공군과 존 왕의 군대에 맞서 최후의 결전을 벌입니다.
로빈은 이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존 왕은 로빈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반역자로 낙인찍고 수배령을 내립니다. 결국 로빈은 셔우드 숲으로 숨어들게 되고, 그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압제에 맞서 싸우는 전설적인 의적 **'로빈 훗'**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영화는 그가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민중의 편에 서서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운 영웅적인 인물임을 강조하며 마무리됩니다.
역사적배경
로빈훗은 일반적으로 중세 영국의 노팅엄셔 숲을 근거지로 활동한 무장 반군 혹은 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로빈훗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은 실제 역사에 여러 명 등장하며, 구체적인 실존 인물로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몇 가지 역사적 조건을 통해 그 배경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첫째, 로빈훗이 활동했다는 시기는 보통 리처드 1세 (獅子心왕, 재위 1189~1199)의 부재기 또는 그 직후로 설정되며, 이 시기 영국은 십자군 전쟁과 귀족의 횡포, 농민의 불만이 격렬했던 시기였습니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로빈훗 같은 민중 영웅형 인물이 전설로 떠오르기 적합한 배경이 형성되었습니다.
둘째, 로빈훗 전설은 13~14세기 민요, 시, 연극 등을 통해 구전되며 형성됐습니다. 초기 로빈훗은 귀족이 아닌 일반 도둑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자에 맞서는 정의로운 리더’의 이미지로 정착됩니다. 이는 당시 영국 내 계급 저항과 정치 개혁 요구를 대변한 상징으로도 해석됩니다.
셋째, 실제 기록에서는 ‘로버트 후드(Robert Hood)’, ‘로빈 피츠후드(Robin Fitzooth)’ 등의 이름으로 여러 차례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으며, 이들이 로빈훗 전설의 실마리가 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로빈훗은 실존 인물일 수도, 허구의 집합체일 수도 있지만, 중세 사회의 불합리와 갈등을 반영한 사회적 상징으로서의 역할은 확실히 존재합니다.
총평
로빈훗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활쏘기 영웅을 넘어, 시대의 정치·사회 문제를 반영하는 아이콘이자 거울입니다. 1938년 에롤 플린 주연의 『The Adventures of Robin Hood』에서 시작해, 1991년 케빈 코스트너의 『Robin Hood: Prince of Thieves』, 2010년 러셀 크로우 버전, 그리고 2018년의 현대적 리부트까지, 시대가 변할수록 로빈훗도 새로운 이야기와 형식으로 재해석되어 왔습니다.
특히 2010년작은 고전적 영웅담보다는 로빈훗 탄생 이전의 인간적인 서사와 정치적 배경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전설적인 활쏘기 영웅’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무겁고 현실적인 내용이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로빈훗 영화의 매력은 결국 ‘누구의 시선으로 로빈훗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판타지로 볼 수도 있고, 정치 드라마로 볼 수도 있는 다층적인 이야기. 그래서일까요? 이 오래된 전설은 앞으로도 수없이 재해석되며 우리 곁에 머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