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 영화 줄거리, 출연진, 감상포인트, 총평
〈가여운 것들(Poor Things, 2023)〉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엠마 스톤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프랑켄슈타인식 부활과 여성 주체성의 해방을 뒤섞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입니다. 원작은 알라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이며, 영화는 빅토리아 시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 윤리, 성적 주체성, 자유의 의미를 파격적으로 해석합니다. 독특한 영상미, 기괴하면서도 풍자적인 전개로 2023년 최고의 예술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가여운 것들 영화 줄거리 - 기괴하고 매혹적인 프랑켄슈타인식 성장담
영화는 고풍스럽고 몽환적인 실험실에서 시작됩니다. 미친 과학자이자 외과 의사인 **고드윈 백스터(윌렘 대포)**는 어느 날 자살한 임산부의 시신을 비밀리에 수습해, 태아의 뇌를 이식해 그녀를 되살립니다. 그 여성은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 그녀는 살아나지만, 육체는 성인이되 정신은 갓난아이의 상태로 깨어나게 됩니다.
처음의 벨라는 말도, 사회성도 없지만, 어린아이처럼 무한한 호기심과 본능에 충실한 감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백스터는 벨라를 실험이자 보호 대상으로 두려 하지만, 그녀는 점점 빠르게 성장하며 언어와 감정, 욕망, 자아를 체득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백스터의 수술 조수이자 젊은 의사 **맥캔들리스(래미 유세프)**는 벨라에게 연정을 품고 청혼하지만, 벨라는 자신의 세계를 직접 탐험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변호사 **던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입니다. 그는 벨라에게 ‘자유’와 ‘쾌락’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명목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고, 벨라는 자신의 의지로 백스터와 맥캔들리스를 떠나 세계로 향합니다.
둘은 파리, 리스본, 알렉산드리아 등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떠돌며, 벨라는 세계의 모순과 쾌락, 고통, 착취를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웨더번의 세련된 언변과 성적 해방감에 매혹되지만, 곧 그가 벨라를 통제하려 하고, 자신보다 ‘아래’로 두려는 가부장적 본성을 드러내자 그녀는 실망하고 떠나버립니다.
이후 벨라는 독립적으로 매춘 업소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그 안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대상화되고, 또한 여성들이 어떻게 그 안에서 생존하는지를 직접 체험합니다.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주체성과 노동, 자유,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벨라는 철학적 성장의 끝자락에서 자신이 ‘실험체’나 ‘아이’가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다시 백스터에게 돌아가, 과거의 실험이 아닌 자신의 삶을 선택한 사람으로서 그와 새로운 관계를 맺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벨라는 맥캔들리스와 재회하지만, 그와의 관계조차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애인이나 피보호자가 아닌, 자신을 선택하는 인간으로 서 있으며, 영화는 벨라의 담담한 시선으로 끝납니다. "나는 다시 태어났지만, 이번에는 나로서 살아간다"는 메시지가 영화 전체를 관통합니다.
출연진 - 압도적인 연기력의 배우들
- 엠마 스톤 (Emma Stone) – 벨라 백스터 역
죽음에서 부활한 여성으로, 아이의 뇌를 지닌 성인의 몸이라는 복잡한 내면을 뛰어난 표현력으로 소화하며 역대급 연기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 윌렘 대포 (Willem Dafoe) – 고드윈 백스터 역
기형적인 얼굴과 광기의 천재성을 지닌 외과 의사. 윤리와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로, 영화의 도발적 실험정신을 상징합니다. - 마크 러팔로 (Mark Ruffalo) – 던컨 웨더번 역
세련되고 매혹적이지만 이기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상으로, 벨라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대립 항으로 기능합니다. - 래미 유세프 (Ramy Youssef) – 맥캔들리스 역
부드럽고 배려심 많은 조수이자 벨라의 초반부 보호자. 하지만 벨라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못한 채 ‘이상적인 남성’이라는 틀에 갇혀버리는 인물입니다.
감상포인트 - 기이함, 파격, 그리고 미학적 전율
1. 여성 주체성의 진화
벨라는 누군가의 딸, 아내, 실험체가 아닌 ‘나 자신’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으며,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탐색합니다. 전통적 여성 서사를 완전히 전복한 구조가 돋보입니다.
2. 예술적 영상미
클래식한 무대와 과장된 색채, 왜곡된 렌즈를 활용한 몽환적 화면은 영화적 경험을 미술관 감상처럼 만들어줍니다.
3. 철학과 유머의 공존
실존, 자유의지, 쾌락, 윤리라는 무거운 주제를 기괴한 유머와 비주얼로 풀어내며, 지루할 틈 없는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4. 엠마 스톤의 원톱 연기
거의 모든 장면을 혼자 이끌며, 아이에서 여성으로 진화하는 다단계 감정선을 완벽히 그려냅니다. 벨라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총평 - 논란을 넘어선 예술적 성취의 걸작
〈가여운 것들〉은 외형만 보면 괴기하고 우스꽝스럽지만, 그 속에 담긴 서사는 매우 정교하고 깊이 있는 철학적 성찰입니다. 벨라는 실험에 의해 창조된 ‘가엾은 존재’이지만,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인간적이며 능동적인 존재로 재탄생합니다.
엠마 스톤의 경이로운 연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연출, 그리고 여성의 몸과 욕망을 둘러싼 사회의 틀을 깨부수는 서사는 현대 여성서사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여운 것들〉은 "나는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아가겠다"는 시대의 선언입니다.